인증마크
 
이재혁 5841
rjaehcjdsus@hanmail.net 2004-02-19 22:26
http://
없음
큰 겁쟁이가 되라
아마 이 제목을 읽고, 좀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용기와 담력’을 가지라는 충고는 들어 보았어도, ‘겁쟁이가 되라’는 권고는 별로 들어 보지 못했으리라.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늘 담대함과 불굴의 신념으로 두려움 없이 전진하는 것을 소중히 여겨왔다. 나약함과 유약함을 혐오하고, 강한 확신을 소중히 여겼다.

그런데 일본의 전설적인 불패의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의 글을 읽다가, 뜻밖에 이러한 조언을 발견했다. “이기기 위해서는 겁쟁이가 되어라”. 나는 순간적으로 전율을 느꼈다. “아하! 그렇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결코 겁쟁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약함과는 거리가 먼 강인한 인물이다.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하기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살았던 일본 최고의 용기 있는 인물이다.

무사시는 일본의 전환기였던 1600년대 전국 시대 말기에서 에도 시대 초기에 살았던, 독보적인 검의 달인이었다. 그는 일본에서 검성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는 병법에 관한 한 최고였다. 그는 평생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병법에만 매진했다. 그는 13세에 처음으로 결투를 벌였다. 그 후로 천하에 내로라 하는 병법자들을 만나 대결했으나 진 적이 없었다. 21살 이후에는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여러 유파의 병법자들과 60여 차례나 겨루었지만, 단 한번도지지 않았다.

무사시는 숱한 대결을 거치면서도 단 한번도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리고 병법 수행자이면서도 이례적으로 62세까지 장수할 수 있었다. 과연 이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병법서인 <오륜서> ‘땅의 장’에서 무사시는 이렇게 말한다. “서투른 병법은 큰 부상의 원인이다. 결투를 할 때는 설사 목검을 가지고 싸우더라도 패하면 중상 또는 죽음이 기다린다. 병법을 제대로 익히지 않는 이유는 두려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겁과 세심함이 없기 때문이다. 겁쟁이라고 하면 좋지 않은 느낌이 강하지만, 사실 이것은 진정한 용기의 원천이다.”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 회장도 이러한 말을 한 바 있다. “겁 많은 사람이 수많은 경험을 통해 큰 인물이 돼야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 대담한 용기를 가진 자는 오히려 겁쟁이로 보일 정도의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자이다. 겁은 승리를 위한 필수 과목이다. 겁이 있어야 이길 수 있다. 겁이 많을수록 미리 주의하고 대비하기 때문에, 불패의 용장이 될 수 있다. 두려움이야말로 참된 승리를 이끌어 내는 최고의 자양분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큰 겁쟁이가 되어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안일하고 쉽게 사는 이유는 ‘겁’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살면 우리의 미래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어찌 게으르고 대충 살 수 있겠는가? 만용을 용기라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순간의 쾌락과 즐거움, 죄의 유혹과 자극을 이기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꾸 나의 미래를 상상해 보라. 지금처럼 살면 어떤 결과가 오는 지 예측해 보라. 깨어 있지 못하고 게으른 사람은, 결국 만인에게 수치와 부끄러움을 당하게 된다. 긴장하고 위기의식을 가지라. 큰 겁쟁이가 되라. 미래에 대한 공포와 전율을 열정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지혜로운 인생이 되라.

* 꼬리말 달기
개인정보처리방침